검은하양이 고운 이마에 살짝 주름을 만들며 어깨를 으쓱였다. "으음...특별한 건 떠오르지 않아요."
하지만 에인델은 언젠가 다른 여행자로부터 이런 격자 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.
이 격자 벽은 저 너머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었는데, 길을 내려고 격자 벽을 함부로 잘랐다간 에너지 쇼크를 받는다는 이야기였다.
격자 벽을 안전히 잘라내려면 우선 에너지 흐름을 끊어야했다.
검은하양이 말해줬던 말랑말랑한 젤리 형태의 원형 장치가 그 스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.
저곳에 손을 올리면 격자 벽에 흐르는 에너지를 멈출 수 있을지도 몰랐다.
검은하양과 에인델이 생각에 잠겼던 사이, 바르시온은 주변을 좀 더 살펴보았다.
하급 발광구의 빛이 비추는 저편, 즉, 방 남쪽 부분의 바닥에 미세한 홈이 나 있었다.
그때, 바르시온의 시선을 느끼고 검은하양 역시 그쪽을 바라봤다. "앗? 저건 뭐죠?"
검은하양이 살핀 결과, 그 홈은 바닥의 특정 부분을 덮은 얇은 판이었다. 판은 열 수 있는 형태로 보였다.
검은하양이 바르시온과 에인델을 보며 말했다. "저쪽엔 격자 벽, 이쪽은 바닥의 판이네요.
어느 쪽을 쓰든, 이 방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. 혹시 함정이 있을까 걱정되지만요..."
(주사위값 19로 인해 바르시온에게 작은이득을 더 줘야겠네요.)
바르시온 역시 바닥의 판을 살폈다.
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. 이것은 비밀통로이며, 이곳을 향해 빠져나가면 결국 격자 벽을 통과하여 향할 곳과 이어진다는 사실을.
함정의 여부는 바르시온 역시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.
그들이 방을 살피는 사이 시간은 어느새 오후 3시 25분이 되어 있었다.
(이제 일행은 어떻게 하나요?)